'군민과의 대화' 기념사진. 정철원 군수(가운데)가 군민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군수의 의자는 군청 집무실이 아닌 마을 경로당에 놓였다. 딱딱한 서류와 형식적인 보고 대신 꾸밈없는 진솔한 삶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철원 담양군수의 아주 특별한 여정, ‘군민과의 대화’가 3개월간 325개 마을 구석구석을 촘촘히 파고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9일 담양읍에서 내디딘 첫걸음은 단순한 민원 청취를 넘어, 행정이 군민의 삶 속으로 얼마나 깊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지 증명하는 하나의 순례와도 같았다.

군수와 주요 부서장들은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마주 앉았다. 정해진 의제도, 딱딱한 절차도 없었다. 군정의 방향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주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질문이 나오면 군수가 직접 답하고, 실무적인 설명이 필요하면 부서장이 즉시 보충했다. 책상 위에서 펼쳐지는 행정이 아닌 사람의 온기가 오가는 진짜 소통이 시작된 것이다.

서류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현장의 진짜 문제들

주민들은 군수의 방문에 대체로 반가움을 표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고령의 어르신과 농민들은 마을의 크고 작은 현안을 격의 없이 털어놓았다.

농사에 생명줄과도 같은 농로와 진입로의 확포장 문제, 원활한 물길을 위한 용·배수로 정비 등 농업 기반시설의 근본적인 개선 요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마을의 미관과 안전을 저해하는 잡목 제거, 어르신들의 유일한 쉼터인 경로당의 낡은 시설 개선, 더불어 범죄 예방을 위한 CCTV 설치 등 생활의 안전과 편의에 관한 요구가 뒤를 이었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거창한 담론이 아닌, 하루하루의 삶에 온기를 더하는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향해 있었다. 서류 속 통계 너머에 가려져 있던 진짜 필요한 것들이 살아 숨 쉬는 언어로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 순간, 행정이 나아가야 할 길이 선명해졌다.

약속을 넘어선 책임감, 신뢰를 쌓다

현장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들은 결코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지지 않았다. 담양군은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현장에서 답을 내놓았고,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는 책임 부서를 지정해 면밀한 검토 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든 건의사항의 진행 상황을 건의자에게 직접 서면으로 알리고, 분기별 점검을 통해 완료될 때까지 끝까지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굳건한 신뢰의 약속이자 군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약속의 무게는 2025년 7월,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군민과의 대화 일정이 중단될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정 군수는 재난의 최전선에서 리더십을 증명했다. 장비 총동원령을 내려 신속한 응급복구를 지휘했고, 범람 우려 지역 주민들을 선제적으로 대피시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는 ‘인명피해 제로’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위기가 잦아들자마자, 멈췄던 대화의 여정을 즉시 재개했다. 위기 속에서도 군민과의 약속은 최우선이라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증명하며 군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마을 경로당을 찾아 군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정철원 담양군수.

소통의 씨앗, 더 큰 담양의 희망으로

이번 대장정이 단순한 정책 행사를 넘어 진정한 울림을 남겼음은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목소리가 증명한다. 군민들은 전례 없던 방문에 반가움을 표했고, 특히 평소 건의 기회가 적었던 고령의 어르신들은 세심한 경청에 깊은 고마움을 나타냈다. 평생 행정의 문턱을 멀게만 느꼈던 이들에게, 자신의 작은 목소리가 존중받는 경험은 단순한 민원 해결을 넘어선 큰 감동이었다.

정철원 군수는 “이번 대화는 단순한 소통 행사가 아니라, 군민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라며 이번 여정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챙기는 현장행정’을 펼쳐 군림하지 않고 군민과 함께하는 ‘서민 군수, 일하는 군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예산이나 시급성 문제로 모든 요구를 즉시 해결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건의된 사항은 반드시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군민과의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3개월, 325개 마을. 이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행정이 군민을 향해 얼마나 진심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성실한 발걸음의 기록이며, 불신과 거리감을 허물고 신뢰라는 가장 위대한 자산을 쌓아 올린 여정이다. 현장의 길 위에서 뿌려진 소통의 씨앗이 군민 모두가 행복한 ‘더 큰 담양’이라는 풍성한 열매로 탐스럽게 자라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