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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억들이 있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제가 대표발의했던 ‘필수농자재지원법’이 올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를 꼽고 싶습니다.
비료, 농약, 사료, 농사용전기·유류 등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농자재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우리 농민들의 한숨이 깊었습니다. 이 법안 통과로 가격 상승분의 일부를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농가의 경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드리는 ‘민생 입법’을 완수했다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앙정치와 지역을 오가며 느끼신 가장 큰 변화와 책임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담양·함평·영광·장성을 위해 꼭 짚고 싶은 대표 성과 두세 가지를 꼽아 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지난 10년, 초선 의원의 열정으로 시작해 이제는 4선 중진의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민원 해결’을 넘어 ‘지역의 백년대계(百年大計) 설계’로 확장되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먼저 ‘고향사랑기부금법’ 제정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이 법은 현재 담양·함평·영광·장성을 비롯한 전국의 열악한 지방 재정에 단비가 되고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지역구 4개 군 모두에 ‘국가기관 유치’라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담양 국립정원문화원 ▲함평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와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원 ▲영광 e-모빌리티 클러스터 ▲장성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와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 등 굵직한 국가기관들이 들어서며 지역의 지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건물 건립이 아니라, 각 지역이 독자적인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의원님을 두고 “민주당을 지켜온 소신과 의리의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자주 따라붙습니다. 정치인 이개호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하시는 키워드 두세 가지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는 ‘선당후사(先黨後私)’와 ‘신의’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 2018년 전남도지사 선거 때입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저는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국회는 우리 민주당과 제1야당의 의석수가 불과 몇 석 차이 나지 않는 살얼음판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도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민주당은 원내 1당의 지위를 잃고 국회의장직마저 야당에 내줘야 하는 위기에 처할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기호 1번’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제 개인의 영달보다 당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눈앞의 ‘비단길’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당이 어려울 때 나를 희생하여 당을 살리는 것이 진짜 정치인의 도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때 보여드린 그 진심과 의리를 많은 분께서 기억해 주시고, 지금까지 저를 신뢰해 주시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네 개 군 관련 예산을 챙기시느라 분주하셨을 것 같습니다. 주요 사업을 소개해 주시고, 기대 효과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인 ‘민생 회복’과 ‘지방 시대’에 발맞춰, 우리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예산을 확실하게 챙겼습니다. 집권 여당의 4선 중진으로서 정부 부처를 설득하고 긴밀히 협의해 지역구 4개 군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번 예산 확보의 핵심은 ‘지역 소멸 위기 극복’과 ‘미래 신산업 육성’입니다.
우선 함평군에는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원’ 건립 국비를 신규 확보했습니다. 총사업비 424억 원 전액 국비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연간 수만 명의 유동 인구를 창출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또한 함평 공공하수처리시설 증설 등 정주 여건 개선 예산도 챙겼습니다.
영광군은 미래차 산업의 메카로 확고히 자리잡게 됩니다. ‘미래차 전자파 잔향실 시험평가시스템 구축’과 ‘수출형 초소형전기차 핵심부품 기술개발’ 예산은 영광을 e-모빌리티 선도 도시로 이끌 것입니다. 아울러 총사업비 2조 7천억 규모의 ‘수소특화단지’ 지정 역시 정부와 원팀이 되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성군은 ‘데이터센터 탄소중립 열관리 기술개발’과 본격적인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 예산을 통해 첨단 의료와 데이터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담양군은 ‘체류형 관광’이 핵심입니다. ‘담양 관광 스테이 확충’ 등을 통해 스쳐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머무르며 소비하는 관광 도시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이 사업들은 단순한 토목 공사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고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입니다.
◇ 최근 1~2년 사이 현장에서 만난 분들 가운데, 의원님의 정책 방향이나 정치관에 특별한 울림을 준 말이나 장면이 있었다면 하나만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목포에서 열린 전남 소상공인의 날 행사에서 만난 한 상인분께서 제 손을 꼭 잡고 해주신 말씀이 잊히지 않습니다.
"의원님, 제발 소상공인이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십시오.“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쿠폰 지급으로 조금은 숨통이 트였지만, 소상공인 대부분이 여전히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십니다.
‘쿠팡보다 가깝고, 코스트코보다 따뜻한 우리 동네가게’, 이 소중한 골목상권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제 가장 큰 책무 중 하나임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 절절한 목소리를 결코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최근 지역 어르신 행사를 찾아 이재병 정부의 노인 정책을 설명 드렸던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민주당 정책위의장 시절 이재명 당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설계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가간병책임제와, 제가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끝까지 관철시킨 경로당 부식비 국비 지원 내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러자 한 어르신께서 제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원님, 덕분에 이제 자식들한테 짐 안 되게 됐소. 참말로 고맙소."
거창한 정치적 구호보다, 내 삶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구체적인 정책 하나가 국민께는 얼마나 절실한지 매 순간 현장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신을 오늘의 국회와 지역 정치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4선 중진으로서 어떤 역할을 맡겠다는 구상을 갖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호남 정치의 본질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온전히 추구하고 구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김대중 정신의 핵심은 시대를 앞서가는 개혁성과 국민을 하나로 묶는 화해의 정신입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에 대입해 본다면, 어렵게 탄생시킨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 무너졌던 민주주의와 민생을 완벽히 회복시키는 것이 바로 그 구현점일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정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헌정사가 후퇴하지 않도록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이 김대중 대통령님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 믿습니다.
호남 유일의 4선 중진으로서 저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호남이 단순히 민주당의 텃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핵심 동력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호남의 목소리가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고, 유능한 후배 정치인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의원님 성함이 여러 차례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남이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보시는 핵심 의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4선 중진 의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그 심장부로 전남을 도약시키는 것이 이번 선거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과 에너지 전환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새로운 AI 시대의 핵심은 막대한 전력 공급, 그중에서도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확보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남의 압도적인 경쟁력이 나옵니다.
전남이 가진 풍부한 태양광과 해상풍력 자원은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미래 산업을 유치할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저는 이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지렛대 삼아 반도체, 방위산업, 바이오 등 첨단 기업들을 유치하고, 전남을 AI 기반의 RE100 산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엔진으로만 달릴 수는 없습니다. 2050년이면 아시아가 전 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대가 옵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수도권을 보완하고 대체할 새로운 성장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전남의 기존 주력 산업에 인공지능을 입히는 산업 대전환(AX)을 이뤄내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겠습니다. 나아가 북극항로 개척 시대를 대비한 해양물류 거점을 구축하여 광주·전남을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핵심 경제권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그리는 전남의 미래이자, 4선 중진으로서 완수하고 싶은 소명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내시면서 중앙정부 예산·정책을 오래 다뤄오셨습니다. 만약 전남도정을 설계한다는 마음으로 전남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농업·에너지·관광·인구소멸 대응 등에서 꼭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 2~3가지 큰 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원님의 국회·행정부 경험을 어떻게 연결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전남도 행정부지사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서 지방·국가행정의 전반을 익혔고,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며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이기도 한 혁신경제의 밑그림을 함께 설계했습니다. 이 경험은 중앙정부의 비전을 전남의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제가 그리는 전남의 미래는 크게 세 가지 축입니다.
첫째, 농어업의 AI 대전환입니다. 장관 재임 시절의 경험을 살려, 우리 농어업을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이 아니라 AI와 바이오 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미래 생명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둘째, 주력 산업의 재도약과 글로벌 에너지 허브 완성입니다. 전남 경제의 양대 축인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이 탄소중립과 AI 전환(AX)을 통해 다시 뛸 수 있도록 강력히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최근 쾌거를 이룬 나주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와 전남 전역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기폭제 삼아 전남을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의 수도로 만들겠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RE100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재생에너지 이익을 도민과 나누는 ‘에너지 연금’ 시대를 열어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습니다.
셋째, 남해안 신해양·문화관광 벨트 구축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K-컬처를 입혀 전남을 아시아의 휴양 중심지로 만들겠습니다.
이 모든 구상은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저는 이재명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동반자이자, 국회와 관료 사회를 누구보다 잘 아는 4선 중진입니다. 제가 가진 모든 인적 네트워크와 정치력을 쏟아부어 중앙의 예산과 권한을 전남으로 확실하게 가져오겠습니다.
전남이 이재명 정부 성공의 모델이 되고, 대한민국 지방 시대의 선두 주자가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평소 즐겨 부르시는 ‘애창곡’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 노래를 특별히 좋아하게 된 계기와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수 설운도의 ‘누이’를 즐겨 부릅니다.
가사를 읊조리다 보면,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셨던 우리 시대의 어머니와 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특히 농어촌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굽은 등과 거친 손을 잡을 때면 이 노래가 절로 생각납니다. 그분들의 따뜻한 정과 헌신에 보답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곡이라 참 좋아합니다.
강병석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