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치유·민생’ 3각 편대로 본격 비상 4,075억 예산 확정 및 ‘치유관광·농업’ 조례 의결 양대 체전 개최… 교통·숙박 정비해 ‘머무는 도시’ 도약 신규 시책 111건 발굴 및 생활 밀착형 사업 공고 정진욱 기자 hoahn01@hanmail.net

2025년 12월 23일(화) 10:47

공공비축미‧시장격리곡 매입 현장을 방문한 김순호 구례군수

2026년 구례군의 군정(軍政) 시계가 ‘대회’와 ‘치유’, 그리고 ‘생활 속 체감 사업’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구례군의회는 지난 12월 17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세입·세출 예산안을 의결하며 내년도 살림살이의 윤곽을 확정 지었다. 같은 날 ‘치유관광’과 ‘치유농업’ 육성·지원을 위한 핵심 조례안도 나란히 통과시켰다. 예산과 제도라는 두 개의 바퀴가 동시에 완비됨에 따라, 행정은 이제 ‘구상’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집행’ 단계로 진입했다. 보조사업 공고와 현장 수요 조사, 용역·공사 발주와 인허가 절차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이 과정에서 변화는 차가운 통계 수치보다 주민들의 삶 속으로 먼저 파고든다.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의 보수부터 농업 현장의 지원, 문화 프로그램 공지 등 피부에 와닿는 소식들이 연달아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조례·대회라는 세 가지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2026년은 구례군에 있어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좋은 방향’보다는 ‘실행의 완성도’를 엄격하게 검증받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4075억 예산 확정… ‘선택과 집중’ 통한 실행 동력 확보
이번에 확정된 2026년 구례군 예산은 총 4,075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613억 원이 증가한 수치다. 구례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현미경 심사하여 17개 사업에서 15억 8,560만 원을 과감히 삭감하는 한편, 6개 사업에는 6억 646만 원을 증액해 최종안을 조율했다. 예산을 확정했다는 것은 곧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더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이번 심사 결과는 단순히 예산 총액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정된 재원을 ‘반드시 필요한 곳’에 배분하여 누수를 막겠다는 의회의 견제 기능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2025년도 제4회 추경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안도 모두 원안대로 통과되어 중장기 사업 추진을 위한 재정적 기반이 한층 공고해졌다.
예산 심의와 더불어 제도적 정비도 마무리됐다. 의회는 의원발의로 상정된 ‘구례군 치유관광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과 ‘구례군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 그리고 ‘문화예술회관 운영·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는 매년 새로 짜야 하는 예산과 달리 행정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규범이다. 이번 의결로 구례군은 단년도 이벤트성 사업을 넘어 치유 관련 정책을 꾸준히 설계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됐다. 관광은 ‘치유관광산업’으로, 농업은 ‘치유농업’으로 각각 육성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2026년 구례의 정책 실험은 단순한 슬로건이나 브랜딩을 넘어 예산 집행과 사업 공모 등 구체적 실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조례 제정 자체가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조례가 규정한 범위 안에서 실제 사업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성과를 측정해 다음 해 예산으로 연결하는 행정의 운영 역량이 2026년 실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양대 체전 연쇄 개최… ‘손님맞이’ 넘어선 ‘도시 운영’ 시험대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2026년 4월 구례를 찾을 방문객의 규모에서 나타난다. 구례군은 제65회 전라남도체육대회를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제34회 전라남도장애인체육대회를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연이어 개최한다. 전남체전에는 도내 22개 시군 선수단 약 7천 명이 참가해 23개 종목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선수, 임원, 가족, 응원단 및 일반 관람객을 포함하면 체전 기간 구례가 감당해야 할 이동·숙박·식음료 수요는 평상시와는 차원이 다르다. 구례군이 경기장 정비부터 숙박·교통 인프라 확충, 자원봉사자 운영, 문화행사 기획까지 준비하는 것은 단순한 체육 행사 준비가 아닌 ‘도시 운영’ 수준의 과제다. 특히 장애인체전은 경기장과 숙박·교통 동선 전반의 접근성과 안전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만큼, 이때 정비된 무장애 편의시설과 동선은 향후 고령의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일상적 편의로 축적될 수 있는 자산이다.
체전과 장애인체전이 열흘 남짓 간격으로 이어지는 ‘연속 운영’ 상황은 구례군에 부담이자 기회다. 앞선 대회에서 드러난 미비점이 후속 대회 운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행정의 민첩성과 현장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구례군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최상의 경기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2026년을 단순 행사 개최가 아닌 지역 매력을 ‘체류’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회 기간 형성된 첫인상을 ‘다시 찾는 이유’로 만들기 위해서는 숙박업소 객실 확보, 음식점·카페의 서비스 품질, 대중교통 및 주차 안내, 응급의료 체계, 쓰레기 관리 등 손님을 맞이하는 지역의 태도가 필수적이다. 또한 준비 과정의 공사 소음과 교통 불편, 인파 집중을 감당해낼 주민의 협조와 행정의 세심한 조율이 뒷받침되어야만 성공적인 개최가 가능할 것이다.

-111건 신규 시책 발굴… ‘생태 치유·디지털’로 미래 먹거리 설계
구례군은 이미 2025년 8월 두 차례의 ‘2026년 신규 시책 보고회’를 통해 111건의 과제를 발굴하며 밑그림을 공개한 바 있다. 섬진강 생태 치유 관광권역 조성은 자연 자원을 활용한 관광 전략의 확장을, 청년 농업인 스마트팜 자립 기반 구축 지원은 인구·일자리 문제와 농업 생산성 전환을 동시에 겨냥한다. 또한 군민 소통 모바일앱, 재난정보시스템, 상수도 스마트 검침 시스템 등은 행정·안전·생활 인프라의 데이터 중심 전환을 의미하며, 어르신 청춘 케어 바우처와 세대공감 온가족 문화 놀이터 등은 복지와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구체적 해법으로 제시됐다. 봉남리 우리동네살리기형 도시재생과 ReBorn 구례상권 활성화 사업 역시 지역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다.
관건은 111건의 ‘발굴’이 얼마나 신속하게 ‘예산 반영’과 ‘집행’으로 이어지느냐다. 구례군은 사업별 예산 적정성을 분석해 우선순위에 따라 2026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시책이 단순한 보고회 자료에 머물지 않으려면 담당 부서가 사업 목적과 대상, 추진 일정, 성과 지표를 구체화해 군민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공고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한 보고회에서 언급된 국비 확보 등 재정 대응 방침처럼, 군 단독 사업에 그치지 않고 중앙·도 단위 재원과 연결될 수 있는지가 사업 규모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특히 치유관광·치유농업 조례 의결은 신규 시책의 ‘생태 치유’ 방향과 맞물려 정책 언어를 하나로 묶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이다. 관광이 단순히 볼거리에서 그치지 않고 체험과 회복, 농업 연계로 확장될 경우 구례가 가진 자연 자원은 새로운 산업 모델로 변모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환은 주민과 농가, 지역 단체가 참여하는 통로를 넓히고 성과를 공유하는 개방형 운영 방식이 병행될 때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공고문으로 체감하는 변화… 행정, ‘투명한 소통’이 관건
현장에서는 이미 2026년을 향한 각종 모집 공고가 나오며 체감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는 ‘2026년 영농부산물 안전처리 지원사업’ 파쇄지원단을 2025년 12월 15일부터 2026년 1월 8일까지 모집한다. 이는 개별 농가가 처리하기 힘든 잔가지를 마을 순회 방식으로 파쇄·퇴비화해 농번기 인력난과 작업 안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다. 또한 2026년도 치유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도 진행됐다. 빙구례스테이션에서는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로컬크리에이터 제품 팝업 전시가 2025년 11월 29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열려 연말연시 지역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구례군의 특산품과 압화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구례의 자연 기반 콘텐츠를 소개하는 콘셉으로 진행 중이다.
이처럼 예산과 조례, 체전이 2026 구례의 큰 방향을 잡는다면, 생활형 사업 공고는 주민에게 가장 빠르게 닿는 변화의 신호다. 2026년 구례가 ‘달라진 구례’로 체감되기 위해서는 사업 문턱을 낮추고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며, 체전 이후에도 남는 인프라를 꾸준히 운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군정이 세운 계획이 숫자로 남지 않고 군민의 삶으로 이어지려면, 행정은 단순히 공고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청부터 실행, 사후 점검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안내해야 한다. 주민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얻고 변화의 주체로 참여할 때, 2026년에 마련된 기반은 2027년 이후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치유와 도약을 위한 채비는 끝났다. 확정된 예산과 조례라는 든든한 디딤돌 위에서, 구례의 2026년은 이미 힘찬 도움닫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