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활력’ 화순, 재도약 시동 건다 7,200억 예산·120억 기금 ‘쌍끌이’ 만원주택·24시 보육… 인구 유입 총력 노인 일자리·전통시장… 민생경제 활력 정진욱 기자 hoahn01@hanmail.net

2025년 12월 23일(화) 17:05

구복규 화순군수가 제21회 화순읍주민자치센터 작품발표회에서 축사하는 모습

전남 화순군이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주 여건 혁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정면 승부수를 띄웠다. 화순군은 행정안전부 평가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 최고 수준인 우수 등급을 받아 120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 데 이어, 7,200억 원 규모의 2026년도 본예산안을 제출하여 내년을 ‘화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군의회 역시 28일간의 장기 회기에 돌입하며 집행부의 이 같은 구상에 대한 현미경 검증과 지원을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절차를 넘어, 청년이 돌아오고 노년이 행복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민선 8기 화순군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전국 탑티어’ 등극… 120억 원 확보
화순군의 2026년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행정안전부 주관 ‘2026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의 성과다. 군은 서면·현장·대면으로 이어진 3단계의 심사를 거쳐 전국 최고 등급인 ‘우수지역’으로 선정,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20억 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정부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 원 규모를 지원하는 대규모 재정 사업으로, 지자체의 투자계획을 평가해 차등 배분한다. 화순군의 이번 성과는 단순한 예산 확보를 넘어, 군이 제시한 인구 정책 모델이 중앙정부로부터 실효성과 파급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확보된 120억 원은 인구 유입과 정착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에 전방위적으로 투입된다. 가장 주목되는 사업은 ‘만원 임대주택 지원 사업’이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최대 고민인 주거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월 1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임대료로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한다. 이는 청년층의 지역 유입을 유도하고, 나아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보육 환경 개선을 위한 ‘화순형 24시 어린이집 운영’도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맞벌이 부부와 야간 근무자가 많은 지역 현실을 반영, 긴급 보육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아이 키우기 좋은 화순’의 브랜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통·물류·문화를 아우르는 ‘복합형 터미널 조성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한편,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생물의약 제2산업단지’ 조성에도 속도를 낸다. 화순군은 이곳을 국가 백신 생산 및 면역치료의 거점으로 육성해 대규모 기업 투자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기적인 인구 유입책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화순군민과 공직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앞으로도 군민 여러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더욱 생동감 있고 활기찬 화순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화순군의회, 28일간의 예산 심의 대장정… 7,200억 예산안 검증
집행부의 이 같은 계획을 뒷받침하고 감시하기 위한 의회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화순군의회는 지난 11월 21일 제277회 제2차 정례회를 개회하고 12월 19일까지 총 28일간의 의사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정례회는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해 2026년도 예산안, 2025년도 제3회 추경안, 각종 조례안 등 군정의 핵심 안건을 다루는 올해 마지막 회기다. 총 20건의 조례·규칙안(의원 발의 7건 포함)과 예산안, 일반 안건 등 다수의 의안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군의회에 제출된 2026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대비 0.63%(약 44억 원) 증가한 7,200억 원 규모다. 의회는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상임위별 현장 방문과 조례안 심사를 진행하고, 27일부터 12월 4일까지 26개 부서를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이어 12월 5일부터 18일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올해 제3회 추경안을 심사한 뒤, 회기 마지막 날인 19일 제3차 본회의에서 이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오형열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군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 짓는 예산안 심사는 매우 중요한 책무이기에 군민의 복리 증진을 최우선으로 해 소중한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심사를 부탁드린다"며 "행정사무감사 또한 군정의 전반을 점검해 잘된 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미흡한 점은 보완해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문화 입은’ 시장으로… 5억 8천만 원 투입 대대적 리모델링
지역 경제의 실핏줄이자 서민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분다. 화순군은 2026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현대화 사업 공모 선정과 전라남도 특별조정교부금 확보를 통해 총 5억 8,000만 원의 재원을 마련, 화순고인돌전통시장과 능주전통시장의 새 단장에 나선다. 이는 단순한 노후 시설 보수를 넘어, 전통시장을 주민과 관광객이 머무르고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에는 국비 4억 3,000만 원이 투입된다. 방문객의 시야를 밝히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후 상가 LED 전등을 교체하고, 시장 LED 입간판을 설치해 랜드마크로서의 가시성을 높인다. 또한 상가 벽면과 기둥 도색, 바닥 보수 정비를 통해 낡은 이미지를 벗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한다.
능주전통시장의 경우 소규모 지역개발사업 및 전라남도 특별조정교부금 1억 5,000만 원을 투입해 주민 생활형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둔다. 여름철 무더위에 대비해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선풍기를 설치하고, 다목적 무대를 조성한다. 이 무대는 향후 지역 행사나 공연 등이 열리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군은 내년 상반기까지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착수해 주민들이 변화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박용희 지역경제과장은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의 중심이자 주민 생활의 기반이다."며 "공모사업 선정과 교부금 확보를 토대로 지역시장이 더욱 활기 있고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일자리 4,476개로 대폭 확대… 신규 사업 눈길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노인 복지 정책은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을 동시에 꾀한다. 화순군은 ‘2026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총 4,476명의 참여자를 모집한다.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읍·면사무소와 복지회관에서 신규 신청을 받았으며, 내년 사업은 단순 환경미화 등 공익형 위주에서 벗어나 어르신들의 경륜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역량 활용형’ 사업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군은 2026년 신규 사업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경로당 안전점검을 하는 ‘스마트시설안전관리매니저’ ▲독동네 일상민원 해결 및 복지대상자를 발굴해내는 ‘우리동네돌봄반장’ 등 4개 사업을 추가했다. 이는 노인 일자리가 단순한 소득 보전 수단을 넘어, 지역 사회의 안전망을 강화하고 돌봄 공백을 메우는 주체적인 사회 참여 활동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신청 자격은 기초연금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하며, 선발된 인원은 안전 및 직무 교육을 거쳐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된다.
이와 함께 군은 ‘군민 모두 행복하고 따뜻한 복지길잡이 화순’을 목표로 한 ‘2026년 지역사회보장계획’을 확정했다. 제5기 지역사회보장계획의 틀 안에서 취약계층 발굴, 생애주기별 돌봄 서비스 확대, 민관 협력 강화 등 47개 세부 사업을 추진하여 촘촘한 복지 울타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구복규 군수는 “2026에는 역량활용 사업을 확대해 어르신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사회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노인일자리 사업이 어르신들의 삶의 활력과 사회적 참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2026년은 골든타임"… 행정력 집중해 ‘강소도시’ 도약 승부수
결국 2026년은 화순군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미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미 120억 원의 든든한 기금 확보와 역대 최대 규모인 7,200억 원의 본예산 확정으로, 도약을 위한 행·재정적 기틀과 탄탄한 실탄은 완비된 상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치밀한 계획을 현실로 옮기는 ‘속도감 있는 실행력’과, 그 성과가 주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체감도 높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전국적 이목을 끈 만원 임대주택이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같은 간판 정책들이 단순히 하드웨어 구축이나 시설 조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고 지역 경제가 자생적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생태계로 얼마나 매끄럽게 안착하느냐가 이번 승부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화순군이 지방 소멸이라는 농촌 도시의 구조적 한계를 보란 듯이 딛고 일어서, 최고의 정주 만족도와 첨단 미래산업을 모두 거머쥔 ‘강소(强小)도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2026년의 화순을 향해 지역 안팎의 기대와 이목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쏠리고 있다.